나무도 겨울잠을 잘까
link  관리자   2021-11-06

늦여름의 숲에는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무성한 초록 수관은 서서히 노란빛을 띠기 시작한다. 힘든 여름을 견디느라 지치고 탈진한 나무들이 이 여름이 어서 끝이 나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다.

고된 하루를 끝내고 얼른 집에 가서 푹 쉬고 싶은 우리네 심정처럼 말이다.

갈색 곰은 겨울잠을 자고 설치류도 잠을 잔다. 그럼 나무는?
우리가 밤에 잠을 자듯 나무에게도 그 비슷한 휴식시간이 있을까? 갈색곰이 가장 적절한 비유일 듯하다.

갈색 곰도 나무와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니까 말이다. 곰은 여름과 가을에 열심히 먹어 두툼한 지방층을 만들고 그것으로 겨울을 난다.

나무도 이와 똑같이 행동한다. 물론 나무는 월귤나무를 먹거나 연어를 먹지는 않지만 힘껏 햇빛을 빨아들여 그것으로 당분과 다른 양분을 만든다. 더구나 그 양분을 저장하는 장소도 곰처럼 피부다.

물론 곰처럼 살을 찌울수 없기 때문에 조직을 영양분으로 꽉 채울 수밖에 없다. 또 곰은 잠들기 직전까지 닥치는 대로 계속 먹어 대지만 나무는 때가 되면 저절로 식욕을 잃는다. 특히 양벚나무와 마가목류는 8월만 되어도 벌써 우리눈으로 변화를 감지할 수가 있다.

10월까지는 화창한 늦여름 햇살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데도 이것들은 8월부터 벌써 붉은 색깔로 변하기 시작한다. 올해는 장사 그만두고 문을 닫겠다는 뜻이다. 껍질과 뿌리속 저장고는 꽉찼다. 더이상 당분을 생산해봤자 쌓아 둘 곳도 없다.

곰은 여전히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지만 이들 종의 나무는 이미 잠의 요정에게 어깨를 기댄다.

물론 그것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무종들은 저장고가 훨씬 더 큰 것인지 첫 추위가 닥쳐오는 날까지 쉬지않고 열심히 광합성을 해댄다.

하지만 추위가 닥치면 그것들 역시 모든 활동을 중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하는 이유중 하나가 물이다. 나무가 일을 하려면 물이 흐르는 상태여야 한다. 혈관이 얼면 더이상 일을 할 수가 없다.물이 꽉 찬 상태에서 얼면 자칫 수도관처럼 터져 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종이 7월부터 벌써 서서히 수분을 줄이고 활동도 자제한다.


하지만 두가지 이유로 완전히 겨울로 전환할 수는 없다.

첫째, 따뜻한 늦여름의 남은 날들을 적극 활용해 에너지 저장고를 채우는 것이 마땅하다.
둘째, 대부분의 나무종은 잎에 남아있는 영양분을 줄기와 뿌리로 옮길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초록, 그러니까 엽록소는 이듬해 봄에 다시 새잎으로 대량 수송하려면 분해를 해 두어야 한다. 엽록소가 분해되면 원래 잎에 숨어 있던 노란색과 갈색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이 색깔은 카로틴으로, 아마도 경고의 기능을 하는 듯하다. 이 색깔이 나타나는 시점이 되면 진디를 비롯한 곤충들이 추위에 대비하여 껍질의 틈으로 숨어든다.

또 건강한 나무는 화려한 색깔의 낙엽으로 자신의 뛰어난 면역력을 자랑한다. 그것은 곳 이듬해 봄에 강력한 물질로 침입자를 퇴치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나무좀의 유충들이 그런 나무를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 조금 더 허약하여 낙엽 색깔이 덜 화려한 나무를 찾아 나선다.














나무
피터 볼레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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